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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여전히 텅 빈 '백비'... 윤석열 정부는 어떤 글자 써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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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망예우 작성일22-04-02 06:00 조회27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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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4·3특별법 시행 이후 첫 추념식문재인 정부, 명예회복·보상 조치 실시윤 당선인, 보수 대통령 중 첫 참석 예고제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4·3평화기념관 전시실에 놓인 ‘4··3 백비(白碑)’. 2008년 기념관이 개관할 때 이 자리에 놓인 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석에 단 한 글자도 새기지 못했다. ‘봉기’, ‘항쟁’, ‘폭동’, ‘사건’ 등 다양하게 불려온 제주4·3이 아직까지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헌 기자제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4·3평화기념관. 이곳 전시실에는 글자 하나 새겨지지 않은 커다란 하얀 비석 하나가 누워 있다. 말 그대로 백비(白碑)다. 까닭이 있어 아직까지 비문을 새기지 못한 비석이다. 백비는 2008년 기념관이 개관할 때 이 자리에 놓인 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글자도 새겨지지 않았다. ‘봉기’ ‘항쟁’ ‘폭동’ ‘사건’. 시대에 따라, 진영에 따라, 각자 다른 이름으로 불려온 제주4·3이 여전히 올바른 역사적 판단을 받지 못했음을 이 백비는 여실히 보여준다.현재진행형인 4·3은 74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6월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조치 등을 담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속도 내는 명예회복 조치들4·3특별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 29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과 일반재판 피해자 73명에 대한 첫 직권재심과 특별재심이 각각 열려, 당시 억울하게 유죄를 받았던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고 누명을 벗었다. 그동안 4·3 생존 수형인이나 유족들의 개별적 재심 청구는 있었지만, 검찰이 법원에 직권재심을 청구해 판결이 바로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된 4·3특별법은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뿐 아니라 4·3 희생자로 인정된 피해자들 가운데 4·3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거나 수형인 명부 등 자료로 피해가 인정된 희생자들도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로 인해 4·3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빨갱이’ 낙인이 찍힌 채 살아왔던 4·3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4·3특별법 개정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 희생자 보상금 지급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공권력에 피해를 입은 4·3 희생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3 희생자 중 사망·행방불명 희생자에게는 1인당 9,000만 원씩을 지급하고, 후유장애인과 수형인은 장애등급과 구금일수 등을 고려해 산정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받는다.4·3 발발 이후 명예회복까지 74년 역사. 박구원 기자난 피하려 뒤틀린 호적... 보상 쉽지 않아그러나 보상금 지급 대상 선정과 관련, 4·3 당시 부모가 모두 희생당해 큰아버지나 할아버지 등의 호적에 등재되는 등 가족관계가 뒤틀린 경우가 많아 보상금 청구가 쉽지만은 않다.희생자의 실제 가족이지만, 법적 가족관계가 바뀐 탓에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보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사실과 다른 희생자와 유족의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용역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정부 차원의 4·3 추가 진상조사도 올해 상반기 내 시작된다. 이번 추가 진상조사에서는 △4·3에서 미국과 미군정의 역할 △행방불명 피해 실태 △연좌제 피해 실태 등 19년 전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담지 못했던 부분들이 포함된다. 추가 조사는 제주4·3평화재단이 맡게 되며, 내년 말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2024년부터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 발행 작업이 이뤄진다.2018년 4월 3일 70주년 제주 4.3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윤석열 정부에 4·3의 의미는?이처럼 4·3의 완전한 해결에 디딤돌이 될 4·3특별법 개정에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에 ‘4·3의 완전한 해결’을 포함시켰고, 4·3 추념식에 세 차례 참석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일각에서는 보수정부로의 정권 교체가 4·3 문제의 궁극적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금까지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들은 4·3 추념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보수정권하에서는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4·3 역사 기술을 축소·후퇴하거나 4·3위원회 폐지법안이 발의되기도 했기 때문이다.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과거 보수정권 대통령들과 달리 4·3 문제에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은 올해 2월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주를 방문했을 때 "올해 추념식에 오겠다"는 약속을 했고, 실제 당선인 신분으로 3일 열리는 추념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당선인 포함)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4·3 희생자 보상 문제에 대해 윤 당선인이 과거 보수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다른 조치를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4·3 문제는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문제"라며 "(보상 문제는) 우리나라 국격과 헌법 정신을 위해서도 과감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오임종 4·3유족회장은 “윤 당선인이 2월 제주를 방문했을 때 '당선되시면 올해 4·3추념식에 꼭 참석해 4·3영령들을 위로하고, 유족들을 보듬어달라'고 요청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며 “윤 당선인이 4·3 해결에 나서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켜 줄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당선인이 가장 강조하는 국민통합을 꼭 이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월 5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월 5일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하며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제주 4.3은1947년 3월 1일 경찰 발포로 주민 6명이 사망한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무장봉기 이후 일어난 소요사태,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사건이다. 2만5,000~3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한국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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