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국민의힘이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것이 밝혀지면 정당 해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9월19일 최고위원회의)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관계없이 엄정 수사하라." (이재명 대통령, 12월10일 국무회의)
"활짝 열린 통일교 게이트! 이재명 대통령, 답하십시오. '통일교 만났습니까' '먼저 만나자고 했습니까' '만나서 뭐 했습니까.'"(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2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9월18일 경기도 가평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천원궁(아래부터), 천승전, 천정궁박물관 ⓒ연합뉴스


민주당이 쏜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가 민주당과도 연루됐다는 의혹과 정황이 드러나자, 통일교의 국민의힘 로비 의혹을 두고 '정당 바다이야기비밀코드 해산'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베일에 싸인 여권의 '금품수수 의혹' 금액은 1인당 수천만원대, 인물은 많게는 무려 15명이나 거론된다.
현재로서는 대한민국 정교(政敎)유착의 현실을 드러낸 빙산의 일각일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통일교 측이 던지는 근거 없는 미끼일지는 아직 확인하거나 단언할 수 없다. 실체적 바다이야기온라인 진실은 철저한 수사로 밝혀질 일이다. 단, 한 번 열린 '통일교 게이트'는 진실이 다 밝혀지기 전까지는 정국을 강타하는 블랙홀처럼 정치권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방선거를 채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이재명 정부의 첫 게이트 사건에 여야 모두 폭풍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야권의 '통일교 파이프라인'은 김건희 여사로 귀결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여권은 어떨까. 그 파이프라인을 따라가 보면 최종적으로 '현재 권력'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이어진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앞서 '통일교 2인자'로 꼽히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자금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때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이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통일교가 이 대통령에 닿기 위해 핵심적으로 접촉했다고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실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다. 그는 대선 직전 통일교가 주최한 행사와 관련해 통일교와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통일교 측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통일교와 친명(親이재명)계 정치인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임종성 전 의원도 입길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 그룹 7인회 출신인 임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모두를 부정하고 반박했다. 이재명 정부의 현역 장관들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통일교로부터 4000만원과 명품시계 2개를 받은 혐의를 부정하면서도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수리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윤영호 전 본부장과 10분 대화한 게 전부라며 금품수수 의혹을 부인했고,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딱 한 차례 만났다"며 이후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혹의 대상이 된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혐의를 부인했지만, 통일교 사태의 영향력은 이미 정국을 강타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출범 6개월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는 물론 여권과 야권 모두를 뒤흔들고 있는 통일교 사태가 과연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그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한동훈 "이 대통령, 통일교 만났나?"
이 대통령은 통일교의 정교유착 시도 의혹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민주당-통일교' 연루설이 보도된 시점마다 이 대통령은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해산 검토'를 암시하거나 '엄정 수사'를 지시하면서 통일교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12월10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면서 여권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일교를 겨냥한 이 대통령의 경고는 '민주당 연루설'이 제기된 첫 보도 직후부터 계속 이어졌다. 12월2일 '통일교가 민주당에도 후원금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대통령의 첫 반응은 '통일교 해산'이었다. 이 대통령은 바로 그날 국무회의에서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는데 일본에선 종교재단 해산 명령을 했다는 것 같다"며 사실상 통일교를 겨냥했다. 12월9일에는 민중기 특검의 통일교 편사 수사에 대한 지적이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쏟아지자,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다시 "종교단체 해산 검토"를 지시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에겐 종교단체 해산을 검토했느냐고 재확인하고, 해산 이후 단체 재산은 정부에 귀속되는 것인지 묻기도 했다.
'압박'을 느꼈을까 혹은 '히든카드'를 숨긴 것일까.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의 키맨으로 평가받는 통일교 측 윤영호 전 본부장은 당초 12월10일 법정에서 돈을 받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최후진술이 끝날 때까지 결국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야권에선 이 대통령이 통일교에 해산을 위협해 통일교가 민주당 관련 폭로를 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본부장이 민주당 인사들의 구체적인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입틀막(입을 틀어막음)' 성공"이라면서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공개적으로 '불면 죽인다'고 하니 제가 예상한 대로 통일교 측이 겁먹고 예고했던 '돈 받아먹은 민주당 인사들' 명단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사안을 게이트급으로 키우려는 모습이다. 그는 "저는 국민의힘 당대표 당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만나고 싶다면서 한 총재 비서실로 오라는 '이상한 요청'을 단호하게 거부했다"며 "반대로 이 대통령은 당대표 당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만나고 싶어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당시 대표 시절 윤 전 통일교 본부장에게 직접 한 총재를 만나겠다고 했다"며 "왜 만나고 싶어 했는지, 실제로 만났는지, 만나서 뭘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부메랑을 맞은 여권에선 당혹 그 자체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저널에 "금품거래의 불법성도 문제지만, 만약 우리 당 정치인이 통일교에 '경배 의식'을 치른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차원의 대책에 대해 "금품수수 명단이 확실한 것도 아닌데 지도부에서 선제적 메시지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대책을 세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만 특검과 관련한 정치 수사 논란을 두고는 "만약 우리 당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그건 수사기관이 따질 사안이지만, 윤석열 부부를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검, 국민의힘은 '수사' 민주당은 '봐주기?'
특검의 '편파 수사' 논란은 통일교 의혹이 정국을 앞으로도 계속 뒤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 축이다. 앞서 특검은 통일교 측이 여야 양측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비슷한 시기에 파악했다. 의혹의 내용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 2명에게도 수천만원을 줬다" "자금을 지원한 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이른다" 등인 것으로 알려졌고, 언론에는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된 구체적인 이름과 직위, 액수 등도 언급됐다. 그럼에도 특검은 당시 국민의힘에 대해선 곧바로 강제수사를 진행했지만 민주당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후 이달 초 진행된 재판에서도 통일교 전 간부들이 '여야 정치인들에 모두 접촉을 시도했다'는 취지로 통화한 녹음파일이 공개됐지만 여전히 민주당 혐의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민주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특검의 해명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구성됐기에 민주당과 통일교 간 혐의는 수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지금까지 기소한 24명 중 16명은 김 여사와 직접적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논리에는 모순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특검은 여권 인사들의 통일교 연루 의혹을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긴 상태다. 만약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면 공소시효는 7년으로 올해까지지만, 뇌물 혐의의 경우에는 최대 15년까지로 늘어난다.
이에 국민의힘은 통일교 의혹 자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선택적 수사와 대통령 사전 보고 여부, 국무회의 발언 경위에 이르기까지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심각한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공소시효가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 경찰로 이관했는데 이는 특검이 야당만을 겨냥한 편파적 수사를 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민중기 특검을 직무유기와 편파 수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李 정부, '김현지 논란' 이어 '대형 악재' 만나
여야를 모두 뒤흔든 정교유착 파문에 내년 6·3 지방선거 구도도 요동치고 있다. 여권에선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꼽히던 전재수 전 장관이 통일교 의혹 연루설로 사퇴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부산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평가받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국정 정책을 이끌던 전재수 전 장관의 영향력이 확산 중이었다. 3선 도전을 공식화한 박형준 부산시장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면서 '부산시장 탈환'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이런 전재수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파장으로 인해 부산시장에 대한 민주당 내부 공천의 지각변동을 떠나, 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한 전체 선거 대결 구도 및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통일교 의혹이 여권에 닥친 외부적 충격이자 위기라면, 내부적으로도 악재가 쌓였다는 관측이 있다. 최근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간 인사 청탁 논란으로 김현지 부속실장의 실세설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또 정청래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등 위헌 소지 법안들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 따른 후폭풍과,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의 여진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의 악재가 국민의힘의 호재로 작용하진 않았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에선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앞서 구속된 권성동 의원에 이어 나경원 의원의 이름도 거론됐다. 최근 한 언론은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야권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나 의원도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나 의원은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 소지가 있었다면 특검이 지금까지 아무 조치 없이 그냥 두었겠느냐"며 "민주당 정치인들과 민주당 정권 하명특검, 특정 편향 언론이 반복하고 있는 거짓 여론조작,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가담하는 것에 대해 일체의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전직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출신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 역시 "통일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와 별개로 이미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당과 당협위원장 20명이 통일교로부터 1억4400만원 규모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교유착 논란을 쉽사리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통일교 의혹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이 많다. 통일교는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긴 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과 유착하려 했고,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른 인물들이 정국에 미칠 파장은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일교와 전쟁을 선포하듯 해산까지 언급했는데, 정작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지금 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야권은 이미 권력의 정점을 겨냥하고 나섰다. 게이트급 사태로 커진다면, 정국은 예측불가의 시계 제로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권력 구도의 향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