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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러시아를 대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정학적 측면이다. 중국의 진출 방향은 이미 유라시아 대륙으로 정해진 상태다. 상하이협력기구를 출범시킨 것도 이런 목적에서다.물론 상하이협력기구 참여국 간 역사적인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갈등을 부각할 경우 어떤 협력도 기대하지 못할 정도다. 러시아의 경우 만주 영토를 가장 많이 가져간 나라다. 한마디로 버리긴 아깝고 먹지는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다.이런 가운데 중 러 양국은 2009년부터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공 중국을 아우르는 이른바 브릭스 협력을 주도한다. 성과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맞서 ‘브릭스 페이’ 협력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브릭스페이는 말 그대로 회원 국간 통화결제 시스템이다. 초보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상한 게 2019년이다. 이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 브릭스 국가 간 통화결제에 달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중 러 협력의 두 번째 전략 분야는 에너지 분야다. 러시아는 에너지 생산 대국이고 중국은 에너지 최대수요국이다. 에너지 수급 리스크가 클수록 중국이 겪는 경각심은 독일 등 유럽국가보다 더 크다. 중국이 21세기 초부터 러시아와 에너지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이다. 물론 양국 간 에너지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도 아니다.당시 푸틴과 러시아의 시선은 온통 서방으로 쏠린 시기다. 중국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10년 동안 에너지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도 실제 진전을 거두지 못한 게 대표적 사례다.중국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구매하면서도 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 재경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협정을 맺은 게 1996년 4월이다. 하지만 양국이 에너지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한 후 10년간 성과를 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한마디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말만 요란했지 내용은 없는 보여주기식이 대부분이다. 당시 석유와 가스 분야에서 모두 실질적인 성과를 냈던 러시아 일본 간의 협력과 대조를 이룬다.특히 일본의 미쓰이나 미쓰비시 등 대기업은 러시아로 진출해서 현지 기업과 각종 협력사업도 벌인다. 러시아와 일본 간 파이프라인은 2009년 합의에 이른다.중국과의 협상을 순탄하지 못하게 한 원인은 서방과의 관계에 있다. 당시 러시아는 서방과의 협력에 적극적이었고 중국도 마찬가지다.서로 미국과의 관계를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매년 고위층 전략대화를 진행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미국을 좋게 보고 있던 만큼 서로 좋지 않게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이런 상황은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사태 때까지 이어진다. 크림 전쟁 이후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기 시작했고 부득불 중국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게 된 것이다.드디어 그해 9월 1일부터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한다. 개막 행사에 푸틴이 직접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다.중국도 2015년 상반기부터 파이프라인 공사에 들어간다. 시진핑과 푸틴이 체결한 중 러 파이프라인은 2018년부터 가스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량도 매년 늘어나 현재 연간 380억 입방미터 규모다. 계약 기간은 30년이다.이후 중 러 간 협력은 급물살을 탄다. 양국 간 무역은 올해 사상 최고치에 달했고 푸틴 대통령이 SCO 에서 공개적으로 양국 교역 규모를 2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언했을 정도다.무역 대금 결제도 위안화와 루블화 등 양국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물물교환 등 편리한 수단도 활용하기로 한 상태다.전체적인 협력 구도를 보면 양국은 이미 미 공식 동맹 관계를 수립한 셈이다. 수개월 전 독일주재 중국대사가 양국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지정학적 정치 수요로 인해 사실상의 동맹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중국으로서도 서방에서 원하는 것처럼 러시아를 홀대할 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시진핑 주석이 3년 만에 해외 순방 길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20대 전당 대회에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현문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