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 유승희)에서는 이완 작가의 개인전 《Made in Korea 가발과 짚신》이 10월 23일부터 진행 중이다. 코리아나미술관은 화장박물관을 함께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이번 전시는 온고지신의 설립취지에 맞는 이완 작가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전통에 대한 관심에서 만남이 시작되었다.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이완 작가를 만나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이번 전시는 작가님께서 2013년부터 이어오신 <메이드 인>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메이드 인> 시리즈와 2015년부터 진행 중이신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오션파라다이스게임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는 어떤 계기에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A) 이완 작가
<메이드 인> 시리즈는 세계화와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경험과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세계화가 전 지구적 분업을 가능하게 하면서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의 체계가 인류에게 공통 릴게임가입머니 된 감각의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동시에 가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은 경험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각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상품화하며 고유의 감각을 해체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는 한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전개된 작업이다. K-POP의 세계화로 한국에 대한 릴게임황금성 관심이 높아진 오늘, 외국인들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

저는 근대적 관념 속에서 단절되고 해체된 전통이 어떤 방식으로 부활하며, 동시에 어떻게 왜곡되어 소환되는지를 주목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전통’의 모습은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사라진 전통과 잊힌 감각이 황금성사이트 가상의 이미지로 대체된 이 상황 속에서, 저는 작동을 멈춘 정서와 감각들을 수집하며 과거의 파편을 연결해 사라진 감각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Q) 코리아나미술관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가 선보이게 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더불어 코리아나미술관과 작가님의 작업이 만나는 지점은 황금성사이트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이완 작가


저는 오래전부터 코리아나미술관이 선보여 온 전시들을 주목해왔으며, 한국의 미(美)를 탐구하고 시각화하는 그 지향점이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번 전시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추구하는 전통의 미학과 저의 작업이 만나는 지점에서, 전통의 이미지가 우리의 내면과 외부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Q) 이번 개인전의 제목이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가발’과 ‘짚신’은 작가님에게 어떤 상징적·신체적 의미를 지니고 있나?

A) 이완 작가

‘가발’은 1960~70년대 한국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당시 세계 1위 수출품이었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던 유교적 전통이 불과 몇 십 년 만에 ‘머리카락을 팔아 외화를 버는 산업’으로 전환된 사실은, 우리의 관념이 얼마나 빠르게 근대적 감각으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짚신’은 한때 가장 보편적인 신발이었지만 이제는 찾는 이도, 파는 곳도 없다. 민속촌에서 30년간 짚신 장인을 연기하던 한 직원만이 유일하게 전통을 재현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민속촌이 실제 전통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통을 테마화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연기자’가 오늘날 마지막 짚신 장인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Q) 이번 전시에는 가발, 짚신, 한지, 먹, 활, 소금 등 손의 기술과 시간이 스며든 재료들이 등장한다. 영상 작품뿐 아니라, 퍼포먼스에서도 작가님께서 장인에게 전수받아 만든 종이를 이용해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창문을 만들고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먹과 활을 사용했습니다. 여러 전통 재료 중에서 특히 이 재료들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A) 이완 작가
‘가발’과 ‘짚신’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이어지는 근대적 감각의 변화를 다룬 작업이라면, ‘한지’, ‘먹’, ‘활’은 국가무형문화재 장인들에게 직접 전수받아 제작한 작품들이다.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된 무형문화재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지는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수요가 늘고, 활은 스포츠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유지되어온 전통은 현대의 맥락 속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아 ‘정보의 전달 방식’이 전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일반적으로, 전통 재료를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려는 시도가 많지만, 저는 그 개념의 본질을 재해석하고 맥락화하고자 했다.
정보와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기술적 조상은 사실상 정보 전달의 최초 매체였던 종이와 잉크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장인들을 찾아가 기술을 배우고 직접 한지, 먹, 활 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결합하여 ‘무선 전송 데이터’라는 의미로 점(1bit)을 찍는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적 결과물은 진화의 산물이며,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가를 되짚는 일은 지금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것들의 근원을 성찰하는 행위가 된다.



Q)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거나 고민하신 지점은 무엇인가? 또한 ‘전통’이 단순히 과거의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셨는지 궁금하다.
A) 이완 작가
<메이드 인> 시리즈를 진행하며 10년간 아시아 10개국을 여행하며 각국의 전통이 어떻게 유지되거나 사라지는지를 지켜봤다. 제가 방문한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서구 식민지 지배를 거쳐 근대화, 서구 정치·경제 구조의 유입,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확산, 그리고 전통의 상품화와 고유성 상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의 편입과 같이 한국과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내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전통은 이미 해체되고 단절된 지 오래됐기에, 오늘날 ‘전통’을 말한다는 것은 결국 그 ‘단절된 시간’을 상상으로 채우는 일이다. 우리가 사극 드라마 속 말투를 조선시대의 실제 언어로 착각하듯, 영화와 연극을 통해 형성된 허구적 전통을 ‘진짜’로 인식합니다. 이는 공룡의 뼈를 근거로 공룡의 외형과 울음소리를 상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근대화를 통해 서구적 시선을 갖게 된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이중 시선, 오리엔탈리즘과 역(逆)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저는 전통적인 것을 차용해 재해석한다거나 재현하기보다, 전통 속 허구와 실제를 구분하고, 잊혀진 감각과 정서를 발견해 잠재성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Q) 전시 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많고,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도 포스터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인은 어떻게 전시 주제와 연결되어 있나?
A) 이완 작가
포스터 이미지는 프랑스 인류학자 장 밥티스트 앙리 드 생 소베르 (Jean-Baptiste Henri de Saint-Sauveur, 1748?1809)가 그린 〈한국의 남녀〉라는 일러스트다. 아시아에 대한 식민적·민족학적 분류 화보를 제작한 생 소베르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기에 직접 방문했던 선교사 등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한국인을 묘사했다.
이 삽화 속 인물은 전혀 한국인의 모습이 아닐뿐더러, 모든 면에서 왜곡되어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지배의 대상이다’라는 계몽주의적 관념이 자리 잡던 시기에,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누군가에 의해 이미 상상의 이미지로 대상화되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 이미지를 이번 메인 그래픽으로 활용했다.
한국인 이미지의 왜곡은 지금 우리가 우리의 과거와 전통을 바라보는 시각과 어떤 교차점을 이루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Q) 코리아나미술관 B2 전시장에 펼쳐진 대규모 설치 작업 <거대한 뿌리>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보이게 한다. 벽면을 채운 각 사물들은 어떤 관계 속에서 존재하나?

A) 이완 작가

벽면을 채운 기록물과 사물들은 제가 지난 15년간 수집한 것들 중 일부다. 1800년대 유럽 탐험가가 찍은 조선의 유리건판 사진 원본, 매국노 이완용의 친필 서예, 조선말 조선·일본·청·러시아 관계도를 그린 원본 그림 등 외부의 시선이 담긴 역사적 자료들이 있다.
그리고 미시적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성자 미상의 1950년대 개인의 일기장, 1960년대 어느 연인의 연애편지, 그리고 1950-60년대 실제 사용하던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의 서예 스승의 글씨, 한때 이름을 날린 화가의 그림과 병풍도 포함하여 200여년의 시간을 아우른다.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사물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벽면을 채우고 있지만, 지금은 모두 작동하지 않는 감각과 정서다. 저는 이러한 정지된 조각들이 상상의 과거 이미지로 인해 외부로 밀려난 것이라 생각하며, 실제의 과거와 상상의 과거가 충돌해 새로운 잠재성이 우리의 내면에서 발현되기를 기대했다.


Q) 마지막으로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마주할 때 어떤 감각이나 태도를 가져보면 좋을지, 관람객들이 어떤 관람의 경험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하나?

A) 이완 작가

전시장에 있는 사물들은 특별하지 않다. 한때 너무나 일상적이고 사소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우리의 기억과 기록이 모두 가상의 세계에 저장되고 있는 지금, 현실은 통째로 실존의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저는 관람객들이 급격한 변화 앞에서 각자의 삶을 관통하는 감각과 사유를 종이와 잉크로 기록해보기를 바란다.

박준식기자 parkj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