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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 10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2000년대 초반, 나는 국회 담당 기자였다. 그 시절엔 노란색 표지의 '국회 수첩'이 있었다. 의원, 보좌관, 비서관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그 이름마다 별표를 붙였다. 인사했으면 별 하나, 밥 한 끼 먹었으면 별 둘, 술 한잔 마셨다면 별 셋, 두 번 술 마셨으면 별 넷, 마침내 막역한 사이가 되면단타종목추천
별 다섯.

무능하므로 성실한 척이라도 한 것이다. 요즘 같은 국정감사 기간이면, 별 다섯 개의 이름이 간절했다. 내일 공개될 자료임을 알면서, 오늘 먼저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했다. 수확은 신통치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별 다섯 개 국회의원은 수첩에 등장하지 않았다. 별 서너 개 보좌관이 최선이었다. 다들 어떻게 취재하는에스에프에이 주식
지 궁금하여 살폈다. 세 부류가 있었다.
첫째, 정의로운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시대와 역사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이었다. 다만, 그들의 정의는 종종 정파를 향했고, 일부는 스스로 정치인이 됐다.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꺼렸다. 둘째, 원만한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머지않아 부장 또는 국장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단독 보도에대명엔터프라이즈 주식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모든 이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 나는 그들을 경외하면서도 시기했다. 셋째, 조용한 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대 서사를 어려워했고, 정치인을 상대하기 싫어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그들처럼 되지는 않아야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돌아보면, 이들 모두를 내 안에 품고 있었다. 첫째 부류 언저리에서 시작하여 둘째 부류이오테크닉스 주식
를 막연히 꿈꾸다가 셋째 부류에 다가갈 무렵, 어느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2006년 8월 미국 세인터피터스버그 타임즈(오늘의 템파베이 타임즈)의 의회 담당 기자가 작성한 '공화당 대 공화당: 세포분열'(Republican vs. Republican: Cellular division)이라는 기사였다. 공화당 온건파와 민주당이 연합하여 줄기세포 연구 지원법을인터넷야마토릴게임
추진했으나,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우파는 이에 반대했다.
기자는 중대한 갈등 의제가 법률로 통과되고 거부되는 1년 6개월의 과정을 취재했다. 의원, 보좌관, 찬반 단체, 전문가, 당사자 등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내러티브 작법으로 썼다. 의회 메카니즘을 속속들이 드러내며, 정의와 이익이 경쟁하는 정치 구조를 까발린 기사였다. 의회와 정당, 그리고 정치 갈등을 보도하는 방법을 나는 이 기사로부터 뒤늦게 배웠다.
정치 갈등에 대한 고전적 설명은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로부터 비롯한다. 갈등은 없애고 가려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어 조정하는 것이다. 무슨 갈등을 드러내는지에 따라 정당의 노선과 정책이 구분되고, 이를 어떻게 조정·해결하는지에 따라 정치 제도의 수준과 성격이 결정된다.
이런 정치 갈등 앞에서 정치부 기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두 가지 역할이 있다. 첫째, 정당이 포착하지 못한 중요 갈등을 발굴하여 드러낼 수 있다. 국감장에서 무엇을 추궁해야 하는지, 국회의원에게 제시하는 기사다. 이건 의회가 아니라 현장을 취재해야 가능하다. 의원이나 보좌관이 아니라, 연구자와 시민을 만나야 한다. 둘째, 갈등을 조정하는 절차의 문제를 발굴하여 드러낼 수 있다. 국감장에서 질의하고 토론하는 규칙을 국회의원에게 제시하는 기사다. 이건 의회가 아니라 도서관에서 취재해야 가능하다. 과거·해외 사례, 관련 법령·연구서를 뒤져야 한다.
내란은 반헌법적 세력의 범죄이지만, 그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내란은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절차가 무너지고, 증오·혐오·열광에 기초한 정당-군중 동맹이 극단으로 치달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 동맹은 지금도 건재하다. (스스로 정의롭다고 여기는) 기자들이 부추기거나, (출세하고 싶은) 기자들이 방관하거나, (조용히 지내는) 기자들이 외면한 결과다. 특히,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절차와 기준이 붕괴한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내란 세력을 처벌한다 해도, 의원들끼리 욕설하고 드잡이하여 의회의 권능과 품격이 매일매일 파국을 맞는 상태로는 제2의 내란을 막을 수 없다.
이를 목격하고 취재하여, 정당과 의회 차원의 진짜 중요 의제를 제시하는 최전선에 정치부 기자가 있다. 국정감사 시즌은 그들의 진짜 능력이 발휘되는 시기다. 의원실 말고, 일상의 현장과 도서관을 찾아가 진정한 갈등을 발굴하거나, 기왕에 드러난 갈등이라도 제대로 조정할 규칙을 찾아낼 계절이 왔다. 나는 그걸 못했으나, 좋은 젊은 기자가 이젠 많아졌을 것이다. 국회의원 이름에 별표 붙이는 짓을 하지 않는, 그 시커먼 입만 쳐다보지 않는 기자가 별처럼 많아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