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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미술관에는 특별한 전시가 찾아왔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수련과 샹들리에'.
제목만 들어도 어떤 풍경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번 전시는 100년의 시간을 건너서요.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같은 인상주의 거장부터 아이 웨이웨이, 바바라 크루거 같은 현대 작가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총 33명의 작가, 44점의 작품을 엄선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전시가 연대기나 주제 순으로 나열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작품 하나하나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하죠.
‘정승조의 아트홀초보주식
릭’에서는 이 전시,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전시 제목이 '수련과 샹들리에'인데요. 모네의 수련과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를 나란히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작품이 전시에 어떤 이야기를 더해주나요?
많은 분이 전시 제목을 궁금해하셨는데요.대화제약 주식
궁금함 혹은 호기심을 갖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미술 작품이든 전시든 우선 호기심을 갖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 만큼 펼치며 작품과 전시를 보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5~16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호기심의개원프
방’이라는 개념을 담고자 했습니다. 타국과 교류가 많지 않고 이동이 어려웠던 과거의 수집가들이 진귀하고 이국적인 사물들을 모아 분류하고 전시했던 공간을 ‘호기심의 방’이라고 하는데요. 이 공간은 수집가들의 지적 욕망을 채우고, 여러 대화와 교류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호기심의 방처럼 이번 전시도 세계 각지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최저증권수수료
낯선 풍경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지적 호기심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네의 작품과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사이에는 공교롭게도 100년의 시간이 존재하는데요. 그사이에 놓인 많은 작품과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전시 제목에 담고자 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수련과 샹들리에’에서 더 강조하주식선생
는 것은 ‘수련’과 ‘샹들리에’ 사이에 놓인 ‘과’라는 접속 조사입니다. 관람하시면서 작품들 사이에 보이는 표면적인 유사성 혹은 작가들의 관계들을 살펴보면서 그 연결 고리를 발견해 보시고 여러 가지 단어들을 연결하고 이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전시는 시대별이나 주제별 구분 없이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꾸몄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 1917-191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6.5×57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사실 이번 전시는 가능한 한 편하고 휴식과도 같은 공간, 명상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작품 수를 적게 하고 한 점 한 점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바라보시고 생각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전시에 포함된 작품들도 시간 기반의 미디어 작품들 대신 평면과 입체 위주의 작품으로 선정했습니다. 시간성을 가진 작품 대신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간만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 셈이죠. 그 안에 여러 가지 생각들도 함께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원형전시실도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기에 좋은 공간적 특징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 전시에는 이건희컬렉션과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도 포함돼 있죠. 그중에서 관람객이 꼭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어떤 건가요?



쩡판즈(1964- ), 초상, 2007, 캔버스에 유화 물감, 219.5×145cm


많은 소장품 중에서 여러 차례의 과정을 거쳐 44점을 선정했습니다. 정말 엄선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꼭 눈여겨봐야 할 작품들을 꼽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작품 간의 유사성이나 관계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표면적으로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을 가까운 거리에 설치하거나 작가들 사이의 관계를 작품 설명에 소개했는데요. 이러한 지점들을 스치듯 우연히 발견하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사실 작품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눈여겨보시면 좋겠습니다.
▮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인상주의 화가부터 앤디 워홀, 바바라 크루거 같은 현대 작가까지 함께 소개되는데요. 이렇게 다른 시대의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볼 때, 관람객이 느낄 수 있는 공통된 매력은 뭘까요?



카미유 피사로(1830-1903), 퐁투아즈 곡물 시장, 1893, 캔버스에 유화 물감, 46.5×39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미술 작품은 전달하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럼에도 공통된 매력이 있다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진 미술사의 장면 장면들을 폭넓고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제미술 전시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전시가 특정 시기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거나 특정 미술 양식을 정해 전시를 개최하는데요. 이번 전시는 소장품을 활용해 어떤 시대적 제한 없이,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다채로운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세기부터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작품들이 가진 다른 시대적 배경이나 다양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면 더욱 풍성하게 관람이 가능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전시는 감상뿐 아니라 휴식과 명상의 경험까지 주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들었습니다. 공간 연출에서 각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요.



바바라 크루거(1945- ), 모욕하라, 비난하라, 2010, 비닐에 디지털 프린트, 317×366cm, 유일본


작품 간 거리와 관람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그리고 조명 등에 신경을 썼습니다. 너무 많은 작품이 밀집해서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각 작품들 사이의 간격들을 넓혀 약간의 여백처럼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두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작품 앞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서 오랫동안 한 작품을 들여다보거나 곱씹어 생각해 보고, 혹은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명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작품의 안전을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하고자 했는데요. 관람객들이 피로도를 느끼지 않는 정도로 조절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환경에서 작품 설명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작품의 명제 표와 설명 원고의 크기도 다른 전시에 비해 크게 제작했습니다. 가능한 한 편하게 전시를 즐기실 수 있도록 하는 게 공간 연출의 목표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모으고 전시 동선을 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되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아이 웨이웨이(1957- ), 검은 샹들리에, 2017-2021, 유리, 금속 부품, 240×185×185cm, ed. 2/4 © Ai Weiwei Studio; Courtesy of Ai Weiwei Studio


잠깐 말씀드리긴 했지만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고 어려웠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작품도 전시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고, 저 작품도 전시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다 보니 작품 수가 줄지 않고 늘어 갔던 시간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과 작품 목록의 수정을 반복하며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지 못한 다른 작품들도 언젠가 또 좋은 전시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 꼭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작품 한 점을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시전경


정말 한 점 한 점이 다 소중한 작품들입니다만, 전시실에서 항상 많은 관람객이 모여 계시는 곳이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작품 앞이었습니다. 모네의 대중적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미 몇 차례 공개된 바 있음에도 전시 개최 전에 이 작품을 언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만큼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 모네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면 새롭고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는데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도 오랫동안 모네의 작품을 보며 새삼스럽게 설렘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른 많은 작품이 그렇지만, 모네의 작품은 실제로 보셔야 그 색감이나 인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 기간이 긴 만큼 미술관에 방문하셔서 모네의 눈에 담겼던 수련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아트홀릭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 일정: ~ 2027년 1월 3일
-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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