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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이성적 정치관
정청래 대표는 4일 전당대회 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 검찰·언론·사법 등 3대 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할 당내 특위를 출범시켰다. 특위 위원장에는 당내 초강성 의원들이 임명됐다. 앞서 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내란당은 해산시켜야 한다. 싹을 잘라야 한다.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라며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다”라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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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승리 후 당대표 수락연설에서도 그는 “내란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선거 캠페인 와중에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거대 여당의 당대표가 ‘제1야당 해산법’ 입법을 주도하는 형국아이씨디 주식
이다.
정 대표의 말은 정치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다. 적의로 가득한 선동적 구호로 점철된 그의 발언들은 정상성을 잃었다. 동서고금 전체주의자의 말이 그랬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자신의 선동적 언어에 대해 “적에 대한 (대중의) 증오와 혐오와 경멸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적을 파괴하고, 라이벌을 전멸시키기 위한 의도된 연장기주식투자
출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의 머릿속 국민의힘은 함께 국정을 논의할 파트너가 아닌 때려 부숴야 할 적이다.
정치는 ‘인공적’이지만 ‘임의적’이지는 않다(데이비드 흄). 만들어가는 예술이긴 하나, 이성을 배제한 랜덤처럼 아무렇게나 막 잡아 빚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 파트너인 야당에 대해 ‘협치보다 척결’이라고 한 정 대표의 발언은 정치모바일게임
를 랜덤화하는 반통합 선언이자 몰이성적 막말이다.



◇정치의 본령
정치는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 그리고 경험 속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공적으로 진화한다. 정치의 본령은 곧 대화와 타협을 통한 통합이다. ‘정치는 통합의 기술’이라는 문제의식은 미국 건국의 아버동양물산 주식
지들이 쓴 ‘The Federalist Papers(연방주의자 논고)’에서 잘 드러난다.
존 제이는 미국이 독립된 여러 조각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나라(one connected country)’라면서 통합은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역사적 운명이라고 강조했다(연방주의자 논고 2편). 제임스 매디슨은 잘 설계된 연합이야말로 당파의 폭력성을 억제한다면서 다원주의적 통합 정치를 구상했다(10편).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시대와 좌우 정파를 불문하고, 통합을 강조했다. 1865년 봄은 치열했던 남북전쟁 말기였다. 공화당 출신 에이브러햄 링컨은 취임사에서 말했다.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며, 우리가 맡은 일을 끝마치기 위해, 상처 입은 이 나라를 치유하기 위해 힘을 다합시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충동한 ‘의회 폭동’ 직후인 2021년 1월 취임사에서 말했다. “통합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길입니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이 순간을 맞아야 합니다.”
김대중은 외환위기와 지역감정의 절벽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선언했고, 노무현은 “분열의 정치를 끝내자”고 호소했다. 이재명 역시 지난 6월 4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은 대결이 아닌 협치, 분열을 극복한 통합, 해체가 아닌 회복을 구하려 진력했고 투쟁했다.
◇정치 상업주의자
정 대표는 1989년 10월 미국 대사관저 난입 및 폭탄테러로 일반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복역 후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여 년간 숱한 막말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최근 들어 더 심해졌다. 2023년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을 먹나. 왜 이리 깐족대나”라고 비아냥거렸다. 지난해 1월 이재명 부산 피습 때엔 서울대병원 이송과 관련한 특혜 논란이 일자 “수술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한다”라고 발언해 지역 차별 비판을 자초했다.
올 1월엔 “윤석열은 법원에서 내란죄로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극언을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된 뒤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의원에겐 “장관님, 힘내시라”(7월 15일)고 했고, 당대표 선출 직후엔 강 의원에게 다시 전화해 “당대표로서 강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8월 2일)라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처음 배지를 단 후 몇 차례 낙선과 낙천을 거듭하면서도, 극성적인 팬덤의 성원 덕에 4선 고지에 이르고 당대표까지 하게 됐다. 특히 명심(이재명 대통령 마음)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찬대 의원을 누르고 당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열심당원의 지원 덕분이었다.
정 대표는 강성 팬덤에 고용당한 래디컬리스트, 열렬 지지층의 환호를 구매하는 정치 상업주의자다. 그런 면에서 정청래는 김어준과 닮았다. 기자가 오래전부터 관찰해온 김어준은 음모론에 밝으면서 계산에도 능한 상업주의자다. 겉은 교주이나 속사람은 장사꾼이다. 가끔은 막스 베버가 경멸했던 ‘불모(不毛)의 흥분 상태에 빠진’ 정치소매업자를 떠올린다.(문화일보 2023년 7월 27일자 6면 ‘허민의 정치카페’ 참조) 김어준은 그래서 자신의 닮은꼴 정청래를 당대표감으로 낙점했을까.
◇정청래와 이재명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도 각별한 정치 인연을 공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정국 당시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 분화한 정동영 팬카페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에서 활동했다. 이후 둘은 운명공동체가 됐다. 그로부터 18년 후 한 사람은 대통령, 또 한 사람은 여당 대표가 됐다.
하지만 지금 둘은 다른 처지에 놓여 있다. 정 대표의 시선은 열성 당원들을 향해 있다. 그는 ‘오로지 당심’을 부르짖는다. 그게 정치생명의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이 대통령은 당심을 넘어 민심을 향해야 한다. 그게 국정을 온전히 이끌어갈 대통령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둘 사이의, 당정 간의 충돌을 부르는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연방주의자 논고’는 미국 건국 시기 제임스 매디슨, 알렉산더 해밀턴, 존 제이 등이 ‘퍼블리우스(Publius)’라는 필명으로 공동 기고한 에세이들. 통합을 정치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제시.
‘데이비드 흄’은 18세기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역사가. 영국의 경험주의를 완성시켰다고 평가받는 인물로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영국사’ 등 저서를 남김.
■ 세줄요약
몰이성적 정치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연일 ‘협치보다 내란당 척결’ 메시지를 내놓아. 적의로 가득한 선동적 구호로 점철된 그의 발언들은 정상성을 잃음. 정치는 말이며, 정치가 정상성을 상실하면 언어는 야만이 됨.
정치의 본령: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통합. 이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 ‘연방주의자 논고’에서 드러남. 동서고금 위대한 지도자들은 대결이 아닌 협치, 분열을 극복한 통합, 해체가 아닌 회복을 추구함.
정치 상업주의자:정 대표는 극좌 팬덤에 고용당한 래디컬리스트, 열렬 지지층의 환호를 구매하는 정치 상업주의자. 그는 ‘오직 당심’을 향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민심’을 바라봐야. 이게 두 사람의 충돌 지점이 될 수도.
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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