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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재혁종 작성일25-01-27 23:48 조회14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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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수어통역지원센터에서 만난 기광숙 팀장(오른쪽), 이은일 팀장(왼쪽)의 모습. 사진 속 이들은 '사랑합니다'라는 수어를 선보이고 있다. 2025.1.1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1 신한 마이너스통장 2·3 비상계엄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12월 14일. 광주 금남로에 운집한 3000여 명의 군중은 한 손에는 탄핵 피켓을, 다른 손에는 응원봉을 쥐었다.
찬겨울 한파 속에도 모두가 뜨겁게 탄핵을 외쳤다. 수천명의 인파 중 유일하게 '목소리 없는 고요한 시위'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무대 한편에서 끝없이, 끊김없이 '소리 없는 광주한국주택공사 외침'을 쏟아냈다.
광주 수어통역지원센터의 김지애 센터장(48)과 기광숙 팀장(59), 이은일 팀장(42)이다.
이들은 수화 통역 전문가들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을 위한 재능기부에 나섰다. 이날 통역사들은 번갈아가며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구호 등을 모두 수어로 전달했다. 농인에게 언어는 보여지는 것이다.
론대출눈발이 날리는 강추위 속 시민들은 옆자리 사람과 손에 든 핫팩에 의지하며 추위를 이겨냈으나 이들은 정확한 전달을 위해 나홀로, 맨손으로 기나긴 시간을 버텼다.
빨개진 손과 달리 무대 위에선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에 시민들의 열기가 더해졌기 때문일 터.
김지애 센터장은 뉴스1과 학자금추가대출 의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주먹밥을 나눈 마음으로 광주시민 모두가 각자의 일을 했다. 나는 그게 수어 통역이었다"고 말했다.
수화라는 업무 특성상 장시간 동시다발 번역은 엄청난 피로감으로 다가간다. 이 때문에 재능기부자들은 30분에서 1시간씩 번갈아가며 무대 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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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애 광주 수어통역지원센터장이 지난해 12월 14일 광주 동구 금남로 집회현장에서 맨손으로 수어 통역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수어통역센터 제공) 2025.1.18/뉴스1


특히 집회의 경우 멀리서도 볼 수 있게끔 큰 동작이 필요해 체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인 비수지신호도 매우 중요하다. 통역사들이 표정을 격하게 사용하는 이유다. 이런 까닭에 차분한 색의 옷과 시선을 분산시키는 반지와 팔찌 착용은 자제한다. 야외에서 통역을 하면 손이 깨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집회 현장의 소음과 변수는 난관 중 하나다. 통상 행사에서는 시나리오를 받아 미리 숙지한 채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이번 집회는 시국이 급박하게 변화하면서서 준비된 대본이 없어 동시통역을 해야 했다.
이은일 팀장은 "원래 노래가사도 미리 숙지해 전달한다. 그런데 현장의 울림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수어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잘 쓰이지 않던 '계엄', '무장' 등의 단어를 옮기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다. 통역사들은 정확한 전달을 위해 미리 모여 스터디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용어들은 2016년 박근혜 정부 탄핵 당시에 정리됐다. 그럼에도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 선포에 머리를 맞대고 단어를 통일시켰다.
탄핵을 향한 하나된 목소리가 나온 금남로 집회. 군중 속에는 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도 있었음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이들이 '빛나눔'에 나선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희생자에 대한 기록에 밑바탕이 있다.
김지애 센터장은 "5·18 희생자 김경철 열사는 농인으로 계엄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돌아가셨다. 반복되는 비극을 막고자 통역에 임했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인 제화공이었던 김 씨는 당시 23세로 5월 19일 오전 11시쯤 광주 금남로 제일은행 인근에서 계엄군에게 폭행당한 뒤 당일 사망했다.
당시 그는 동료와 함께 시위 현장에 있다 진압하던 제11공수여단 소속 계엄군에게 붙잡혀 진압봉과 군홧발로 뒷머리를 포함해 온몸을 구타당했다.
연행 피해자들과 함께 군용트럭에 실려 광주경찰청 유치장으로 이송됐으며, 뇌출혈 상태로 방치됐다가 결국 사망했다.
김 열사와 같은 비참한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는 이들의 소리 없는 간절함이 전해졌을까. 당일날 집회에 참석한 농인들은 통역사들을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고 한다.
사각지대에서도 제 역할을 다 한 이들의 바람은 '상식적'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이잖아요. 광주에 살고 있는 농인만 1만 명이 있습니다. 광장에서의 부르짖음을 계기로 농인과 청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은일 광주 수어통역센터 팀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광주 동구 금남로 집회 무대에서 수어 통역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제공)2025.1.18/뉴스1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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