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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장이 걷힌 서재의 책장. 책들이 빼곡하게 있고, 책을 단상 삼아 갖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다. 괴석, 도자기, 공작 깃털, 안경…. 대개가 중국에서 건너온 값나가는 귀한 물건들. 놀랍게도 금강산을 그린 병풍도 있다. 그뿐 아니라 굵은 매화 나뭇가지가 책장을 가로질러 묘사돼 있다. 이처럼 병풍 안에 또 다른 병풍이 있는 형식, 서재 안으로 들어온 바깥 풍경 등 초현실적인 구도는 이런 책거리 그림(책가도)이 처음 출현한 18세기 조선에서는 볼 수 바다이야기오락실 없었던 새로운 변형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현대가 새해 첫 전시로 조선 말기~일제 말기의 궁중 회화와 민화를 들고 나와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를 한다.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여파로 한국 전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가장 순발력 있게 화답한 선택이다.
황금성슬롯 민화 애호가 박명자 회장이 창업한 갤러리현대에서 민화 전시는 2016년 예술의전당과 공동 기획해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문자도·책거리’를 시작으로 2018년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 2021년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 이후 4년 만에 열리게 됐다.
본관에서 하는 이번 민화 전시는 조선 말기 바다이야기디시 와 일제 강점기에 제작돼 초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해지고 시대와 세태 변화를 반영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 ‘매화책거리’처럼 말이다.
‘쌍룡희주도’ 8폭 병풍 중 부분(19세기, 종이에 채색, 210×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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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두 마리가 여의주를 갖고 노는 ‘쌍룡희주도’는 국내에서는 아주 희귀한 것인데 이번에 나왔다. 정병모 전 경주대 교수는 “이전까지는 경복궁에 용이 아닌 봉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그림이 있었다”면서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황제 국가가 되면서 중국처럼 쌍룡희주도를 그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릴게임야마토 궁중 회화 ‘십장생도’처럼 사슴, 거북이, 불로초 등 장수의 상징 동물과 식물을 곳곳에 배치하면서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공작과 봉황을 화면 좌우에 크게 그려 넣은 ‘봉황공작도’ 역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변화의 산물로 해석이 된다.
‘화조산수도’ 8폭 병풍 중 부분(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127.5×349㎝).
1층에서는 이처럼 도화서 화원의 궁중 회화 계보를 잇는 수준 높은 민화가 전시됐다면 2층에는 서민층의 수요에 응해 시정의 무명 화가들이 그린 민화가 나왔다. 묘사는 서툴지만 격식에 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해방감을 선사한다. 19세기 후반~20세기 전반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조산수도'는 지방의 무명 화가가 그린 듯 산의 표현 등 묘사가 조야하지만 나무와 산, 새 등은 먹을 사용해 검은색으로, 꽃은 강렬한 붉은색으로 그려 그 대비가 강렬하다. 또 증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기차가 묘사돼 있어 1890년대 중반 이후 들어선 서구식 기계 문명을 바라본 놀라움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 제목 중 ‘장엄’은 고급하면서도 격조 있는 궁중 회화를, ‘창의’는 분방하면서도 독창성 있는 민화를 상징한다.
한편 신관과 두가헌에서는 민화와 궁중 회화에서 영감을 얻는 동시대 작가 6명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화이도( 以道)’를 한다. 김남경(47), 김지평(50), 박방영(69), 안성민(55), 이두원(44), 정재은(57)이 초대됐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 4명 후보에도 오른 김지평은 전통 회화에서 쓰이는 병풍이라는 장황 형식을 가져와 작업한다. 병풍을 설치미술처럼 마이크가 설치된 무대의 배경으로 쓰기도 하고, 장황 재료로 쓰이는 비단 등을 오브제처럼 붙이기도 한다. 안성민은 서랍을 꺼내면 일월오봉도 속 폭포가 흘러내리는 초현실적인 상상을 회화에 담았다. 그의 그림에서는 책거리 그림에서 산수가 새처럼 날아서 나오기도 한다. 김남경은 상대적으로 책가도 형식을 정직하게 가져와 청색, 검은색 등 색상으로 변주를 한다. 박방영은 해학적이고 거침없는 민화의 산수도를 현대적 붓질로 재탄생시킨다. 이두원은 캔버스 대신에 모직 천을 바탕으로 쓰고 그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자개를 박기도 하면서 민화가 갖는 꾸밈없는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정재은은 조선시대 왕의 상징으로 근정전 용상 뒤에 펼치던 일월오봉도의 색이 주는 낮의 권위를 밤의 은은한 분위기로 전복시킨다. 2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의 론 뮤익 개인전, 아트선재센터의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등 지난해 동시대 블록버스터 전시로 관객 몰이하던 삼청동 갤러리 거리의 분위기를 뒤집듯 갤러리현대가 새해 벽두 전통을 내세운 전시로 기선을 잡은 점이 돋보인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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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장이 걷힌 서재의 책장. 책들이 빼곡하게 있고, 책을 단상 삼아 갖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다. 괴석, 도자기, 공작 깃털, 안경…. 대개가 중국에서 건너온 값나가는 귀한 물건들. 놀랍게도 금강산을 그린 병풍도 있다. 그뿐 아니라 굵은 매화 나뭇가지가 책장을 가로질러 묘사돼 있다. 이처럼 병풍 안에 또 다른 병풍이 있는 형식, 서재 안으로 들어온 바깥 풍경 등 초현실적인 구도는 이런 책거리 그림(책가도)이 처음 출현한 18세기 조선에서는 볼 수 바다이야기오락실 없었던 새로운 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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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에서 하는 이번 민화 전시는 조선 말기 바다이야기디시 와 일제 강점기에 제작돼 초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해지고 시대와 세태 변화를 반영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 ‘매화책거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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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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