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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천 작성일18-04-16 12:02 조회728회 댓글0건본문
- 교육부, 文 정부 교육 공약 ‘고교휴학제’ 정책 연구 착수
- 전문가 “진로 찾기보단 대입 성적 높이는 데 쓰일 것” 지적
교육부가 ‘고교휴학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고교휴학제는 학생들에게 약 1년간 꿈과 진로를 찾아볼 기간을 주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휴학 기간을 대입 준비 기간으로 남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는 지난달부터 ‘중·고등학교 휴학제 개선 방안’ 정책 연구에 들어갔다. ‘휴학제 표준안’을 만드는 게 목표로 의무교육인 중학교는 유예제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금도 고교에서 휴학할 수는 있지만, 사유가 질병 등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교휴학제가 사교육 등에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생·학부모가 휴학 기간에 교육당국 의도대로 진로와 적성을 찾기보다는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쓸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재수생에게 수시 지원 자격을 주지 않는 대학이 더러 있다. 그러나 고교휴학제가 도입되면, 1년간 학교를 쉬면서 대입 준비를 하고 다시 3학년으로 복학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 지원이 가능해진다”며 “당연히 학생들은 1년 남짓한 휴학 기간에 학교 밖 사교육 기관에서 수능 학습이나 대입 준비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역시 “대학의 휴학제도를 생각하면 된다. 요즘 취업난 때문에 대학생들이 휴학이나 졸업유예제도를 활용하면서 ‘대학 5학년생’이 많아지는 것처럼,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휴학제를 이용하는 ‘고등학교 4학년’이 생길 수 있다”며 “고교휴학제가 곧 ‘사교육학년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휴학제를 어떻게 활용했느냐’가 또 다른 대입 자격 요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대표는 “현재 교육 당국의 대입 정책 추진 방향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대학은 내신성적 등 나머지 요소로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며 “휴학 기간 1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지원자를 변별하는 평가요소로 등장해, 또 다른 ‘대입용 스펙’이 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휴학제가 도입되면 고교생이 약 1년간 봉사, 여행, 직업 활동 등을 하며 진로 또는 적성을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갭이어(Gap Year)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영국의 갭이어는 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3개월~2년간 진로 계발을 위해 학교를 쉬면서 다양한 활동이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 정서상 이러한 갭이어 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성적을 높이거나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휴학 기간에 일부 학생이 고비용의 봉사활동 등으로 스펙을 쌓아 대입에서 특정계층이 유리해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학생 간 비교과활동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입에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 교육분위기상 고교휴학제는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의견이다. 이동엽 한국교육개발원 박사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대입이 굉장히 예민한 이슈이기 때문에 교육당국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고교휴학제는) 2022년 전면 도입할 ‘고교학점제’가 안착된 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과 교실 분위기는 고교학점제·고교휴학제 등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24년의 수능 역사와 고등학교 교육이 함께해온 만큼 이를 5년 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교학점제’와 ‘고교휴학제’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교육부 기대와 달리 고교학점제와 고교휴학제가 서로 자기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고교학점제는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찾아주자는 개념인데, 고교휴학제는 이 같은 고교학점제 기능을 부정하고 교실 밖에서 학생들에게 진로를 찾으라고 하는 제도”라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를 정책연구를 하면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정책 연구를 통해 고등학생이 1년쯤 휴학하며 진학 또는 진로의 방향을 정하고,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휴학 사유와 기간, 절차 등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조선에듀
링크: http://edu.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0/2018041001830.html